건강관리강좌/몸 이야기

산성체질과 알칼리체질

곤장돔 2006. 11. 27. 14:47


'산성체질은 나쁘고 알칼리체질은 좋다' '특정음식을 먹으면 알칼리 체질로 바뀐다'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각종 건강보조식품이나 고가의 약품을 권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모든 질병이 다 산성체질 탓'이라며 알칼리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서양의학에서는 한의학과 달리 체질을 산성과 알칼리로 구분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산성이 강하면 해롭고 알칼리는 무조건 좋다는 식의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인체내 혈액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직은 산도(pH)가 7.4 정도로 약간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야 정상이다. 다만 피부나 전립선 등은 산성을 띠어야 외부감염을 막을 수 있다. 위장도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선 강산성을 띠어야 한다. 이처럼 우리몸은 기능과 구조에 따라 각각 산성과 알칼리성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 따로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몸이 산성이나 알칼리 중 어느 한쪽 성질을 더 많이 띤다고 볼 수 없으며 산성체질.알칼리체질이라는 말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인체의 혈액이나 조직 등이 지나치게 산성환경으로 변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반면 호흡이 지나치게 많아 과환기증을 보이면 알칼리 정도가 심해져 또한 위험한 경우다. 혈액의 pH는 7.3∼7.5 범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생명이 크게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몸은 웬만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뛰어난 조절능력을 지니고 있다. pH가 변해 생명이 위험해질 정도라면 인체의 조절능력이 완전히 망가진 경우에 해당한다. 간경화나 신부전의 말기, 추위에 심하게 노출돼 체온조절 능력을 잃게 될 정도의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몸속의 pH는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 먹는 몇가지 음식으로 알칼리가 산성으로, 산성이 알칼리로 변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인체는 언제든지 조직내의 산도(pH)를 감지하고 정상치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 신장과 폐의 기능을 통해 조절에 나선다. 조직내에서 산성이 강할 경우 폐는 호흡량을 늘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늘리고, 신장 역시 인산.중탄산 등의 배출속도를 늘려 항상성을 유지하게 된다.
이외에도 인체의 노폐물은 대부분 산성을 띠는데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알칼리성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과 알칼리가 만나야 중화가 돼 노폐물 배설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또 육류는 산성식품이므로 몸에 해로우니 먹지 말라고 권한다. 이런 주장들 역시 '산성은 해롭고 알칼리성은 이롭다'는 잘못된 개념에서 비롯된 것일 뿐 과학적 근거는 없다. 혹은 알칼리가 포함돼 있다는 건강보조식품을 팔기 위한 어설픈 주장이다.
물론 노폐물의 대부분이 산성을 띠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체의 기능이 정상적 범위라면 노폐물 배설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평소에도 알칼리의 도움을 받아야 산성노폐물이 배설될 정도라면 오히려 다른 심각한 질병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즉, 평소 크게 건강에 무리가 없는 경우라면 예방차원에서 굳이 알칼리 음식만 가려먹을 이유는 없다. 또 알칼리로 중화시켜 노폐물 배설이 촉진되는 정도 또한 미미한 수준이다.
육류 등 산성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인체가 금방 산성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일시적으로 산도가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중환자가 아니라면 금방 소변의 산도를 높여 산을 많이 배출해 정상 산도를 유지하게 마련이다. 역으로 과일이나 채소 등 알칼리가 강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는다고 몸이 알칼리로 변하지 않는다. 알칼리로 변하는 것 또한 몸의 이상상태를 의미할 뿐이다. 항상 각 장기나 조직에 맞는 적당한 산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음식은 가리지 말고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체질 자체를 알칼리로 바꿔야 한다'며 건강보조식품을 권하는 것은 상술에 불과하다. 또 알칼리 식품으로만 편식을 권하는 것도 결코 건강에 이로울 것이 없다. 오히려 알칼리성 음식만을 오랫동안 먹었을 경우 '영양결핍'이라는 엉뚱한 불편을 겪어야 한다. 요컨대 사람을 '산성체질' '알칼리체질'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다. 산성체질을 알칼리 음식을 통해 체질개선해 준다는 것도 엉터리다. 또 산성은 해롭고 알칼리성은 이롭다는 주장도 믿을 것이 못된다. doctork@kyunghyang.com

도움말/민병일 교수 (경희대 의대 생리학교실)
최영호 교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허만욱 교수 (연세대 의대 생화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