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그렇게 한 시간여 동안 정신 없이 낚시를 하다보니 이미 쿨러가 가득 찼다.
간밤에는 입질이 없어서 그렇게 조바심이 나더니......
이제 슬슬 낚시가 지겹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더운 날씨 탓인가 아니면 배가 고팠기 때문인가.....
여하튼 날씨도 무덥고......
쿨러도 이미 가득 채웠겠다.......
이제 배만 채우면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
드디어 때가 왔다.
三年不飛라고 했던가?
매번 출조 전 날마다 시퍼렇게 날을 세우고 때를 기다렸지만 여태 빛을 보지 못 하던 회칼과
몇 개월째 낚시 가방과 냉장고를 왔다 갔다 하며 여수로 통영으로 수백리길을 함께 했던 초장이 그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쫄깃 쫄깃한 자연산 회에 얼큰한 매운탕 그리고 한잔의 소주!
이런 고상한 생각을 떠올리며 즐거워할 틈도 없이 벌써 동물적인 식탐이 발동했는지 주책없는 위장이 점잖지 못한 소리를 내며 야단법석이다.
코펠에 물을 부었다 따라 내었다하며 물을 얼마나 잡아야할 지 행복한 고민을하고 있는데,
항상 그랬듯 세상사라는 것이 TV속 드라마처럼 늘 그렇게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법!
아뿔싸!
살림통을 뒤적거리시던 겨울네님의 절망적인 한 마디!
"버너는 있는데, 가스가 없네...."
순간적으로 허탈감이 밀려 오며 맥이 풀린다.
도시락을 준비해 갔지만 그것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다.
그런데 그 때 까지 아무 것도 모르시고 낚시에 열중하시던 청담님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무덤덤하게 가스통을 꺼내 놓으신다.
사전에 미리 상의 없이 각자가 준비물을 챙겨왔던 것이 이럴 땐 퍽 다행스럽다.
역시 세상사는 꼬였다 풀렸다하는 것이 더욱 더 드라마틱하다.
겨울나그네님이 돌돔을 몇마리 회치시는 동안 보글보글 물이 끓어 오르고
얼큰한 매운탕 양념과 함께 회를 치고 남은 뼈를 집어 넣으니 냄새가 근사하다.
갯바위 한 옆으로 그늘을 찾아 진수성찬(?)을 가운데에 두고 죽 둘러 앉았다.
소주를 한잔씩 따라서 준비하고 돌돔회에 초장을 듬뿍 찍어 (사실 회를 별로 즐기지 않는 탓에 초장이 없으면 못 먹기 때문이지만...) 일발장전!
술을 끊은지 6개월여 만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 왔다.
이때 만큼 술을 끊은 것에 대해 후회를 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 딱 한잔만 하라시는 청담님의 유혹을 간신히 이겨냈다.
배부르게 식사를 끝내고 나니..
날은 덥고..
몸은 피곤하고 ....
더 이상 낚시를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한 쿨러 더 채우자는 청담님의 독려로 다시 낚시대를 잡긴 했지만,
잡어는 더욱더 기승을 부리며 설쳐대고 밑밥은 거의 동이 난 상태였다.
역시 벵에돔 낚시는 밑밥 없이는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게 고전을 하고있는데...
역시 조력이 풍부하신 겨울나그네님이 한건 하신다.
여태 올라 왔던 벵에돔 보다도 훨씬 큰 벵에돔을 두어 마리 더 끌어 올리신다.
뜨거운 태양으로 이미 달궈질대로 달궈진 갯바위가 청담님의 낚시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으로 더욱 뜨겁다.
바다 낚시 6개월여 동안 족보에 있는 고기(?)를 한번도 낚아 보지 못했다고 하시던 청담님은 오늘 이미 감성동, 돌돔, 벵에돔을 모두 낚아 올리셨다.
이제 참돔만 낚아올리면 4 대돔을 한 자리에서 하루에 잡는 대기록을 세우시게 되는 셈이다.
야구로 치자면 싸이클히트라고나할까....
'참돔은 야행성이라는데....'
에고~
그래도 한 마리 좀 낚여라.......
그러나 청담님의 대기록은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이제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고기를 못 잡았을 때에는 철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그렇게 야속하더니만
이젠 철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고역이다.
이제 더 이상 아무리 둘러봐도 그늘이라고는 없다.
멀리서 다가오는 세일호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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