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수온
낚시가 잘 되지 않으면 흔히 "여기에는 물고기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물론 물고기가 없으면 낚시가 잘 될 리 없다. 그러나 낚시가 잘 되지 않는 이유가 반드시 물고기가 없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물고기가 많더라도 미끼를 탐내지 않는 물고기를 낚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탐내는 것은 그것을 자신의 먹을 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욕이 없을 때의 물고기에게는 아무리 좋은 미끼라 하더라도 일반 부유물질과 다를 바 없다. 즉 물고기의 식욕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먹이 활동의 정도가 결정되고, 낚시가 잘 되기도 하고 못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고기의 식욕은 여러가지 요소에 의해 달라지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온과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두 요소는 어류의 신체적 특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물고기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수온이 떨어지면 낚시가 잘 되지 않고 수온이 올라 가면 잘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수온이 낮은 겨울철에 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1도라도 수온이 떨어지면 조과가 몰라 보게 떨어진다는 것도 낚시꾼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처럼 수온에 따라 낚시가 잘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은 수온이 물고기의 식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고기는 주위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 동물이다. 따라서 수온의 변화가 곧 체온의 변화로 연결된다. 수온이 높을 때는 체온도 높아지고 물고기의 신체 대사활동이 활발해진다. 이렇게 되면 이미 먹은 먹이의 소화시간이 짧아져 식욕이 증가하므로 먹이를 먹는 양과 횟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활발한 먹이 활동을 하게 되고 자연히 낚시도 잘 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수온이 낮을 경우 신체 대사활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수온이 높을 때와 반대의 현상이 생긴다. 즉, 수온이 낮은 만큼 식욕이 떨어져 먹이 활동을 하는 횟수가 즐어 들게 되므로 자연히 낚시도 잘 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겨울철에 낚시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큰 고기만 낚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겨울철 낚시의 대명사 격인 영등 감성돔의 경우 대부분 큰 씨알이 많고 잔 씨알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 이런 현상 역시 수온과 물고기의 식욕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 때문에 나타난다. 덩치가 큰 대형 감성돔은 아무리 수온이 낮더라도 그 몸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영양을 보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먹이활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면 자연히 낚시에 낚일 확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먹이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그 양은 다른 계절의 그것보다 현저하게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먹이 활동이 왕성해지거나 그 반대가 됨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는 물고기의 비늘에 나타나는 나이테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즉, 수온에 의해 체온이 변하고, 이에 따라 신체 대사의 정도가 결정되면, 식욕과 먹이 섭취량이 달라짐으로써 성장속도에 1년 주기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물고기 비늘에 나무의 나이테 형태인 성장선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물고기의 식욕은 물이 현재 몇 도냐는 계절적,시기적 요인에 의해서도 좌우되지만 상승과 하강이라는 상대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달라지게 된다. 즉, 전날에 비해 수온이 떨어지면 식욕도 떨어 지고 수온이 올라가면 식욕도 높아지는 것이다.
전날에 비해 수온이 떨어지면 그 전날 먹은 먹이를 미처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 대사활동을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자연히 먹이활동을하지 않게 된다. 이때는 한 번 수온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그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이삼일 내로 원래의 먹이활동 수준으로 돌아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전날에 비해 수온이 올라가면 신체 대사를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먹이의 양이 늘어 나게 되어 매우 활발한 먹이 활동을하게된다. 특히 수온이 오른 첫날 이런 현상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수온이 낮을 때 필요한 만큼 섭취한 먹이의 양이 수온이 오르면서 매우 부족한 상태로 바뀌기 때문. 이 경우 역시 그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며칠 내로 원래의 먹이 활동 수준으로 돌아 가게 된다.
이렇듯 물고기는 변온동물이라는 신체적 특성 때문에 수온의 영향을 받아 식욕이 달라진다. 따라서 낚시를 할 때,수온의 변동 상황을 알 수만 있다면 훨씬 나은 조과를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 현실적으로 낚시꾼이 출조하고자 하는 곳의 수온 상황을 알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낚시는 자연과학의 정보와 경험적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는 취미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탐기가 장착되어 있는 출조 배에서 수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국립해양조사원의 실시간 연안정보에서 수온 정보를 분석 할 수 있다.
직접 수온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측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감성돔 수심을 측정하면서 봉돌에서 느끼는 경험적 수온이 정확한 자료가 될때도 있다.
겨울철 낚시에서 좋은 물때와 멋진 포인터라도 수온이 떨어지면 좋은 조황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비교적 수온 변동이 적고, 다른곳 보다 1도라도 수온이 상승하는 곳을 찾는 것이 안정된 조과를 올리는 길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