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가 좋아?
낚시를 다니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네"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닌 적도 있었구요.
낚시를 처음 배우면서 미루나무 가지 꺾어 낚시대 삼고,
낚시줄 한 발에 봉돌 달고 낚시 달아, 어머님 몰래 광에 들어가
구멍 뿅뿅 뚫린 체(보통 밀가루 등을 치는데 씀)를 가지고 강가로 달려가
둠벙에서 새우 잡아 꺽지 낚시하던 시절에도 "네"였습니다.
500원 짜리 一자 대나무 낚시대에 플라스틱 찌를 달아 뒷마당 거름더미에서
지렁이 잡아 연못으로 달려가던 때에도 그 대답은 "네"였습니다.
꽂이식 대나무 낚시대를 장만하고, 제법 멋있는 낚시 가방도 장만하고
접이식 의자도 장만하고 나서는 바뀌었는지도 모릅니다.
"고기가 좋아"로 말이지요.
한참을 잊고 있던 낚시가 다시 다가왔습니다.
이제 제법 장비도 갖추고 낚시 다녔습니다.
아마도 이때는 "큰고기(월척)가 좋아"였던 것 같습니다.
꿈에 그리던 월척을 잡으니 이내 낚시가 시들해졌지요.
바다 낚시에 취미 붙이고 '낙조'에 들어와서는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사람이 좋아"입니다.
그 동안 동행 출조란 것을 몰랐던 저에게 20~30명,
때로는 100명이 넘는 출조는 새로운 경험이었지요.
낚시도 즐기고 따스한 인정미도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습니까?
"낚시가 좋아"와 "사람이 좋아"의 절묘한 조화.
이 곳에서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낚시가 좋아, 사람이 좋아
출조하는 회원님들도 품어 안는 낙조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들도 진정한 "낙시가 좋아"회원님이기 때문입니다.
낙조 로얄팀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가장 큰 실패는 "고기가 좋아"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초심에도 그러하였듯이 "낚시가 좋아"로 돌아가야 합니다.
"낚시가 좋아" 오셨던 회원님들은 비록 서운했던 일이
있었더라도 절대 탈퇴하시는 경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좋아"를 느낀 회원님들도 마찬가지이구요.
바다의 넓은 마음을 배웁니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를 즐깁니다.
새벽에 쏟아지는 파란 별들과 황홀한 일출을 보며 대화하고 다짐합니다.
빼어난 섬들의 자태에 탄성을 지릅니다.
작은 놀래미, 망상어, 학공치 등의 잡어의 입질에도 감사합니다.
텅 빈 살림망을 철수하는 배에 실으면서도 밝은 미소를 짓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잠깐이나마 함께 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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